definition | [제주 큰굿](/topic/제주큰굿)의 제차 가운데 초공맞이거리에서 구송되는 서사무가. 초공의 내력을 푼 것으로, 제주도에서 초공은 [무조신](/topic/무조신)(巫祖神)을 가리킨다. 주인공인 모자(母子)의 시련과정 부각, 처녀의 혼전 임신, 삼형제의 부친 [탐색담](/topic/탐색담) 등은 본토에서 [당금애기](/topic/당금애기)신화로 잘 알려진 와 비슷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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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orname | 전주희 |
특징 | 제주도 [무속신화](/topic/무속신화)는 유형을 일반신본풀이, 당신본풀이, 조상신본풀이로 분류할 수 있다. 그중 일반신본풀이는 본토에서 전승되는 다른 무속신화와도 공통된 내용이 있어 비교와 대조가 용이하다. 특히 는 본토의 와 비슷하다. 북부 지방의 에서 부각되어 있는 삼형제의 아버지에 대한 묘사와 역할, 그의 신이함은 제주도의 에서 비교적 많이 약화되어 있다. 더불어 의 결말에서 존재가 희미하게 묘사되기도 하는 [당금애기](/topic/당금애기)는 자식을 점지해 주는 삼신[産神]으로 나타나지만 의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는 어느 이본을 막론하고 아들로부터 무구를 관리하는 신직(神職)을 받음으로써 존재가 비교적 뚜렷하게 묘사된다. 이러한 모자(母子)간의 신직 증여는 를 비롯한 다른 제주도의 일반신본풀이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본토에서는 [무조신](/topic/무조신)(巫祖神)이 [바리공주](/topic/바리공주)라는 여신(女神)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에 제주도에서는 초공이라 불리는 무조신이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의 아들 삼형제, 즉 남신(男神)으로 나타난다는 것도 변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 정의 | [제주 큰굿](/topic/제주큰굿)의 제차 가운데 초공맞이거리에서 구송되는 서사무가. 초공의 내력을 푼 것으로, 제주도에서 초공은 [무조신](/topic/무조신)(巫祖神)을 가리킨다. 주인공인 모자(母子)의 시련과정 부각, 처녀의 혼전 임신, 삼형제의 부친 [탐색담](/topic/탐색담) 등은 본토에서 [당금애기](/topic/당금애기)신화로 잘 알려진 와 비슷하다. | 내용 | 의 채록본은 다양하지만 현용준이 채록한 [안사인](/topic/안사인) [구연](/topic/구연)본(本)과 진성기가 채록한 김명윤 구연본(本)의 서사가 비교적 풍부하다. 이 둘을 참고한 이야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부부인 임정국과 김정국이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에 [시주](/topic/시주)하러 그들의 집에 온 스님의 권유로 기자불공을 드려 부부는 예쁜 딸 하나를 얻게 된다. 딸이 태어난 때가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 즈음이어서 딸 이름을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라고 짓는다.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가 15세가 됐을 때 하늘로부터 부부 각각에게 천하공사와 지하공사 벼슬을 하러 가라는 명이 떨어진다. 딸을 데리고 갈 수 없게 된 부부는 집안의 하녀 느진덕이정하님에게 딸을 부탁하고는 수십 개의 문을 열어야 나올 수 있는 아주 깊은 궁에 딸을 가두어 놓고 떠난다. 한편 아름답기로 소문난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를 상대하고 오는 자에게는 절간 재산을 모두 주겠다는 주지스님의 내기 제안에 황금산 도단땅 주자선생은 주저하지 않고 아기씨의 집으로 찾아간다. 아기씨의 짧은 수명을 길게 이어 주겠다며 시주를 구하는 주자선생에게 하녀는 쌀을 주려 하지만 주자선생은 아기씨가 직접 주는 쌀을 받아야 한다며 아기씨가 갇혀 있는 궁의 문을 법력으로 모두 열어 그녀를 밖으로 나오게 한다. 아기씨는 하는 수 없이 쌀독에서 쌀을 덜어 주자선생의 쌀자루에 부어 준다. 그때 주자선생은 숨기고 있던 한쪽 손을 빼내어 아기씨의 정수리를 세 번 쓰다듬는다. 깜짝 놀란 아기씨가 몹쓸 중이라고 화를 내며 주자선생을 쫓아내자 주자선생은 아기씨에게 곧 자신을 찾게 될 날이 올 거라는 말을 한다. 이를 이상히 여긴 아가씨는 하녀를 시켜 주자선생의 옷[가지](/topic/가지) 헝겊을 찢어 증거로 남기도록 하였다. 그 후 아기씨는 배가 불러와 음식을 먹지 못하여 곧 죽을 상태가 되고, 느진덕이정하님은 아기씨의 부모님을 불러온다. 그녀의 부모는 아기씨가 혼인도 하기 전에 아이를 밴 것을 알고 그녀를 하녀와 함께 집 밖으로 쫓아낸다. 두 사람은 멀고 험난한 길을 거쳐 황금산 도단땅 주자선생을 만난다. 주자선생은 아기씨가 증거로 가지고 있던 옷가지를 확인하고도 아기씨에게 기름을 묻힌 볍씨의 껍질을 모두 까놓아야 자신을 찾아온 아내임을 증명할 수 있다며 시험을 한다. 아기씨는 결국 새들의 도움으로 볍씨의 껍질을 모두 깐다. 그래도 주자선생은 스님의 신분으로 아기씨와 부부 살림을 차릴 수 없다며 아기씨와 하녀를 다른 집에 머물게 한다. 곧이어 아기씨는 왼쪽과 오른쪽 겨드랑이, 가슴팍으로 각각 본멩두ㆍ신멩두ㆍ[삼멩두](/topic/삼멩두) 삼형제를 출산한다. 이들 삼형제는 몹시 총명하여 가난한 형편에서도 틈틈이 글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삼형제는 과거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삼형제의 문장 실력을 시기하던 삼천선비 [무리](/topic/무리)는 삼형제를 따돌릴 방책을 세운다. 그들은 배대감 집의 배나무 열매를 따오면 과거시험 보러 가는 무리에 끼워 주겠다며 배나무 위로 삼형제를 올라가게 해놓고 그 아래에 가시나무를 쌓아 올려 삼형제가 내려오지 못하게 한 후 먼저 떠나 버린다. 마침 배대감은 자신의 집 배나무 위에 청룡과 황룡이 뒤섞여 어우러져 있는 꿈을 꾸고는 배나무 위에서 울고 있는 삼형제를 내려오게 하여 자초지종을 듣고 그들이 과거시험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여곡절 끝에 삼형제는 과거시험에 급제하지만 삼천선비는 중의 자식을 급제시켰다며 상시관(上試官)에게 항의한다. 상시관은 화살 쏘기를 하여 과거 급제를 가리기로 한다. 삼형제가 화살 쏘기에도 능하여 과녁을 명중시키자 상시관은 삼형제를 과거에 급제시킨다. 이를 시기한 삼천선비는 삼형제로 하여금 과거 급제를 포기하게 하려고 느진덕이정하님을 꾀어 삼형제의 어머니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를 깊은 궁 안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을 안 삼형제는 어머니를 살릴 방도를 찾기 위해 아버지인 주자선생을 찾아간다. 주자선생은 삼형제에게 팔자를 그르쳐 심방이 될 것을 요구하면서 북, 징, 장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그 악기를 치고 울리면 궁 안에 갇힌 어머니를 살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어떤 이본에서는 삼형제가 무구의 재료를 구하러 가는 중에 너사메 너도령을 만나 악기 만드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삼형제와 너사메 너도령은 여기서 어머니 속곳을 통과하는 의식을 치른 후 의형제를 맺기도 한다) 이렇게 삼형제의 극진한 정성으로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는 다시 살아나서 궁 밖으로 나오게 되고, 삼형제는 저승 삼시왕[三十王]으로 좌정하게 된다. 그들은 어머니를 무구(巫具)와 악기를 관리하는 당신(堂神)으로 좌정시킨 뒤에 굿을 하러 오는 사람이 남자면 아들, 여자면 딸로 각각 삼아서 무구와 악기를 빌려주게 한다. 여기까지는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와 삼형제의 신직 좌정 이야기이다. 이와 함께 후일담 성격의 유씨부인 이야기가 덧붙여져 전승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정승의 따님애기는 어렸을 때 길 가는 스님으로부터 팔자를 그르쳐야 산다는 말과 함께 엽전 두 푼을 받았다. 그녀는 이것을 그냥 땅에 묻어 놓고 잊고 있었다. 그러나 일곱 살 때부터 병이 들어 17, 27, 37, 47, 57, 67세마다 끊임없이 병치레를 한 끝에 일흔 일곱 살에 비로소 팔자를 그르쳐 심방이 되어 곳곳을 다니게 되었다. 어느 날 유씨부인은 길을 지나다가 원복장자네 외동딸이 다 죽어가는 것을 보고 딸을 살리고자 하면 자신을 찾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얼마 있지 않아 원복장자네 가족들이 딸을 살리기 위해 유씨부인을 찾아온다. 유씨부인은 굿을 하기 위해 무구와 악기가 있는 당(堂)을 찾아가 그것들을 빌리고자 하지만 당신은 아들 삼형제가 일러준 대로 남자가 찾아오면 아들로 삼고 여자가 찾아오면 딸로 삼은 후 무구를 빌려주겠다고 한다. 유씨부인은 자신이 딸이 되겠다고 하여 무구를 빌린 후 당신이 시킨대로 이제는 자신의 오라버니가 되는 삼형제, 즉 삼시왕을 청하여 굿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유씨부인은 원복장자네 외동딸을 살리고 첫 심방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 의의 | 무속 신앙이 성행한 제주도 지역에서 무법(巫法)의 시초에 대한 내력을 읊는 이 신화가 ‘초공본풀이’로 불린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초공’의 ‘초(初)’는 ‘처음’, ‘기원’, ‘근본’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의 큰굿에서 초공이 ‘신뿌리(신의 뿌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굿의 현장에서 구술로 전승된 [무속신화](/topic/무속신화)는 제의 자체와 제의 참여자들의 인식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는 제주도에서 인식하고 있는 [무조신](/topic/무조신)의 내력과 첫 심방, 첫 [소미](/topic/소미)([악사](/topic/악사): 너사메너도령)의 기원(起源)을 담고 있는 중요한 신화이다. 신화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삼형제는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심방이 되고 저승 삼시왕에 오른다. 또한 유씨부인은 죽어가는 원복장자네 외동딸을 살리기 위해 무구를 빌려 저승 삼시왕을 청해 처음으로 굿을 올린 심방이 된다. 에서 나타난 무조신과 심방은 이처럼 삶의 문제, 즉 죽음과 질병을 멀리하고 생(生)에로 귀환하게 해주는 해결사 역할에서 기원하고 있다. 또한 굿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구와 악기가 필요하다는 상황, 악기를 ‘제조’하는 이와 ‘관리’하는 이인 너사메너도령과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의 등장은 굿에서 심방이 갖추어야 할 무구에 대한 중요성을 입증한다. 실제로 의 삼형제의 이름을 본멩두, 신멩두, [삼멩두](/topic/삼멩두)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멩두는 제주도 심방이 굿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는 무구(산판ㆍ신칼ㆍ요령)이기도 하다. 한편 심방이 제의 현장에서 초공신, 즉 무조신의 내력을 직접 구송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무속세계의 시원(始原)이자 조상이 되는 그를 다시 부르면서 지금 행하는 이 굿도 그때와 같이 무사히 진행되길, 신에게 잘 받아들여지기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반신본풀이의 주된 서사가 가족의 해체에서 가족의 재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는 노가단풍자지맹왕 아기씨와 주자선생 및 이들 사이에서 난 아들 삼형제의 여정을 통하여 가족신화 서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무속신화이다. | 참고문헌 |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topic/사전) (진성기, 민속원, 1991) 제주도 무가 (현용준ㆍ현승환 역주,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96) 큰굿 열두거리의 구조적 원형과 신화 (이수자, 집문당,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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